사랑하면 안 되나요 ?
사랑하면 안 되나요?
소설가 박범신원작의 “은교”는 뭉클하지만 왠지 쓸쓸해 지는 영화다
절제 속에 살던 시인이자 대학교수인 70대 이적요는 17세 여고생 은교와 사랑에 빠져
아끼던 제자를 죽음의 골짜기로 밀어 넣고 만다.
이적요는 “너의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라고 의미 심장한 화두를 던진다.
이 영화를 만든 정진우 감독은 “ 늙은이들의 마음에도 청년이 있다는 것을 전하려
했다” 라고 말했다.
함께 영화를 본 후배들은 시시하다고 평을 했지만, 내를 포함해 50대 후반을 넘긴
사람들은 가슴깊이 다가오는 영화였다. 아름다운 사랑이나,스캔들이나의 기준이
단지 나이가 되는 것은 너무 억울한 일 아닌가?
이땅의 늙은이들은 나이의 덫에 빠져 너무 일찍 감정과 본능의 셔터를 내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독일의 대문호 괴태는 74세에 19세처녀를 사랑했다.
물론 이루지 못한 사랑이였지만, 인류 역사에 위대한 작품을 잉태했다.
바로 시 “마리엔바트늬 비가”이다.
“사랑의 형체는 그처럼 선명하고도 생생하게 내 가슴속에 남아있다.
진실한 심장 속에 불꽃으로 글씨를 새겨 넣은 것처럼“ 등의 구절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은교”의 이적요나 괴테처럼 젊은 이성을 사랑하라는 애기는 아니다.
불륜을 조장하자는 것도 더욱 아니다. 97세에 세상을 떠난 미국의 역사가
윌듀런트교수는 90번째 생일에 “젊은시절의 사랑은 늙은 남편이 늙은 아내를
사랑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얕고 표면적인 사랑일 뿐이다“ 라고 말했다.
노년의 부부는 아이들이 독립하여 집을 떠난 후에 결혼생활이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게 된다고 한다.시간과 관심과 사랑을 듬뿍 쏟으며 가꾼 정원이 아름답게 자라듯,
로맨스 역시 그러하다. 로맨스란 몸과 마음,정신과 영혼이 만나 즐겁고 다정하게
서로를 아끼는 사랑을 뜻한다.
세상 사람은 모두 외롭다.
결국 인간은 혼자 세상을 떠나야 하니까.생명은 유한하고,소멸의 운명을
거역 할 수 없기에 더욱 슬프다. 사랑이 이루어지는냐,미완성으로 끝나느냐는
어찌 보면 중요한 일이 아닐 것이다.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을 기다리는 자세가 더 중요하니까.
사랑을 포기한 사람은 젊어도 젊은이가 아닌 것 처럼, 사랑을 갈구하는
늙은이는 영원한 청년이다. 늙은이의 가슴에도 펄펄 끊는 심장이 뛰고 있다.
서서히 식어가는 심장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온기를 머금은 따뜻한 심장으로
말이다.
나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살기보다는,세상과 소통하고 자신과가족, 그리고 내주변
모든 인연과 사랑하는 것이 멋진 노년을 맞는 지혜가 아닐까 싶다.
사랑에 너무 겁먹지 말자라는 말이다.
사랑하려면 쾌활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리셋(재설정)해야 한다.
늙어 보이면 이미 지는 것 이다. 인생이란 단 한번 밖에 없는 내 삶이다.
* 흩날리는 꽃가루 때문에 봄을 심하게 앓았지만, 그래도 봄이 싫지 않는 노신사의
청년이고 싶은 들꽃사랑.
이 해가 가지전에 꼭 한번 사랑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