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수사와 이명박수사
검찰의 '노무현 수사'는 치밀하다. 동원 가능한 수사기법을 총망라해 면도날 수사를 한다.
대질신문은 기본이다. 돈을 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돈 받은 정치인을 마주 앉혀 놓고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정밀 체크한다. 계좌추적과 분석도 병행한다.
국내법인도 아닌 홍콩법인 APC의 계좌정보를 입수해 정밀 분석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수사 초기엔 박연차 회장을 압박하기 위해 장녀를 소환조사하고 세 딸을 출국금지시키기도 했다.
검찰의 '이명박 수사'는 엉성하다 동원 가능한 수사기법이 있는데도 제쳐놓고 면죄부 수사를 한다.
대질신문을 하지 않는다.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이상득 의원과 정두언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국세청의 박연차 세무조사 무마를 부탁했다고 진술했는데도 단번에 청탁을 거절했다는
두 의원의 주장을 수용해 아무 문제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상득 의원이 추부길 전 비서관과 전화통화를 한 사실을 덮으려 했는데도
대질신문은커녕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계좌를 뒤졌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박연차 회장의 돈이 두 의원에게
흘러갔는지 알아보기 위해 계좌추적을 할 법도 한데 현미경을 들이댔다는 소식은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출국금지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
'박연차 수사' 초기에 추부길 전 비서관의 혐의를 포착했으면서도
세무조사 무마 로비의 핵심 참고인이 될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미국행을 막지 않았다.
실소 한 번 날리고 치우기엔 사안이 너무 엄중하다. 검찰 수사가 이렇게 진행되면
편파수사 보복수사의 멍에를 짊어진다. 썩소 한 번 짓고 덮기엔 사안이 너무 심각하다.
죽은 권력의 비리를 단죄하는 것보다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덜 하지 않은
산 권력의 비리를 결과적으로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돈 수수 의혹이 불거졌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때에 천신일 회장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수십 억원을 수수한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이명박캠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천신일 회장이다.
당시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에 낸 특별당비 30억원을 빌려준 것으로 알려진 천신일 회장이다.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연차 회장의 수십억원이 천신일 회장을 거쳐 선거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수사'를 기준으로
삼으면 천신일 회장과 이명박 당시 후보 사이에 오간 돈이 '준 돈'인지 '빌린 돈'인지,
'빌린 돈'이라면 상환기간과 연이율을 적시한 차용증을 썼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
단지 형평성 때문만이 아니다. 언론이 검찰의 '박연차 수사'의 시발점으로 보도한 게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다고 하지 않는가. "도덕적 약점이 없는 정부니까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라"고 여러 차례 언급했고 이 발언이 검찰의 '성역없는' 수사를 낳았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하는 말이다. 반드시 밝혀야 한다. 천신일 회장의 수십억 수수 의혹을 밝혀야 하고,
이상득 의원과 추부길 전 비서관의 엇갈린 주장을 대질해야 한다.
결론이 '근거없는 의혹'으로 내려지든 '감춰졌던 진실'로 내려지든 철저히 뒤져야 한다.
'노무현 수사' 식으로 캐고 또 캐야 한다. 그래야 '엄정한 법 집행'의 정당성이 확보된다.
▲출처 : 미디어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