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여행과 맛기행

경산에 오면 /순두부·청국장집

들꽃따라 2009. 4. 10. 11:30

 

 


. 오거리 세명병원 뒤에 있는 순두부·청국장집. 간판에는 이름도 없다. 그냥 순두부·청국장집이다.

게다가 요즘 식당들과 달리 홀 전체가 입식이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는 마루가 한 쪽도 없다.

느긋이 퍼질러 앉아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 안 가게 생겼다고 할 만하다.


순두부와 청국장을 주문했다. 이내 상이 차려졌다. 순두부와 청국장 뚝배기에

 달걀찜 뚝배기까지 상에는 뚝배기 세 개가 나란히 놓였다.

달걀 다섯 개쯤은 풀었음직한 달걀찜의 벌어진 숨구멍으로 기차 증기 같은 허연

 김이 쉭쉭 새어나온다. 일행은 이집 달걀찜과 구운 김 때문에

 오는 손님이 절반은 넘을 거란 귀띔을 해준다.


몽글몽글한 순두부로 끓인 진짜 순두부찌개다. 생각보다 맵다.

 얼큰하면서 담백하고 투박하면서 화려한 맛이다.

연신 ‘맵다’를 외치면서도 자꾸만 손이 간다. 얼마 만에 먹어보는 제대로 된 순두부인가.

한참을 먹으니 매운 맛이 가신다. 수분 함량이 가장 많은 순두부는

미끈한 연두부와 달리 부드러우면서도 씹히는 맛이 있다.

들큰한 분식점 순두부에 상처 입은 지난날은 확실히 보상받은 셈.


기름을 발라 구운 김은 어릴 적 어머니 손맛 그대로다.

가스불에 구운 김은 면이 고르지 않고 들뜨는데 이집은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서

구워낸 것처럼 단단하고 기름진 맛이 난다

. 바삭하게 구운 고등어자반에 아삭 달콤한 쌈배추, 재피를 넣은 김치까지

밥 한 그릇 비우는데 호사다 싶다.

 

 국산 쌀과 김치라는 문구는 그래서 덤처럼 느껴지기도.
평소보다 많이 먹게 되는 게 문제라면 문제. 그래도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이라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가게 안이 저녁 손님으로 가득 차자 시끌시끌한 장터 같다.

 근처 직장인들, 나이든 남자들, 저녁밥 차리기 귀찮은 여자들, 환자복을 입고

 링거를 든 사람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한 끼를 해결한다. 5000으로

누릴 수 있는 최대치의 만족. .특히 점심시간대는 줄를 서야 한다